한때 잘나갔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‘인목’은 허름한 집에서마저 강제 퇴거당해 하루아침에,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. 빛바랜 금메달은 목에 걸고, 영광의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장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속세를 떠나려 하지만 출가에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뼈 때리는 현실에 KO패 당한다. 정처 없이 떠돌던 ‘인목’은 박스 줍는 ‘할배’와 초코파이 하나면 뭐든 하는 ‘기동’, 그리고 세상 까칠한 소녀 ‘서연’과 함께 굴다리 밑 생활에 합류한다. 쪽팔림을 불사하고 생각보다 짭짤한 ‘노인들의 폐지 생태계’에 뛰어든 ‘인목’은 자신의 빈약한 허리를 대신할 ‘기동’을 초코파이로 꼬여내 돈을 벌기 시작하고, 그렇게 박스 침낭뿐이던 ‘인목’의 종이집이 서서히 실평수를 늘려가던 어느 날 폐짓값 상승에 눈먼 더 젊은 놈들까지 조직적으로 끼어들어 활개치기 시작하는데….